[전시 패널]모범업체 태일피복

  • 관리자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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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은 1970년 1월, 노동운동도 근로조건 개선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모범적인 업체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정당한 세금을 내고, 노동자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면서도 얼마든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학노트 25쪽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사업방침, 필요한 직종과 노동자의 숫자, 인건비, 생산할 제품의 종류와 판매방법, 오락시설과 처우문제 등에 관한 세밀한 구상을 하였습니다. 평화시장 평균 1주일 노동시간이 105시간이었다면 태일피복은 48시간으로 줄여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 당시 입석 버스 15원, 짜장면 100원, 커피 50원이었던 물가를 감안하여, 시다 8,000원, 미싱사는 30,000원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계획하였습니다. 근무환경은 높이 1.5m에 허리를 펴기 힘든 2층 다락방 형태의 봉제 공장들과는 달리 3m 높이의 천장에 넓은 창과 환기 시설을 갖추고, 편의시설로 탁구대와 도서실을 만들어 종업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태일피복 내 야간학교 운영 구상은 산업체학교로, 고객을 자동차로 모셔오는 계획은 백화점의 셔틀버스로, 오토바이로 제품을 배달하는 계획은 택배로, 야간에 운영되는 ‘특수복장 학원’은 프랜차이즈의 방식으로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제품 생산에 있어 ‘교복의 기성복화’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지금의 전문가들도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태일은 모범업체 설립 자금 3,000만원 마련을 위해 자신의 눈까지 기증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사업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