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사 권기선 배우의 이소선어머니 일기 낭독 퍼포먼스-이소선 14주기 추도식
- 관리자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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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 권기선 배우의 이소선어머니 일기 낭독 퍼포먼스-이소선 14주기 추도식
지난 9월 3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전태일기념관 홍보대사 배우 권기선 님이 '어머니의 일기'를 낭독해 주었습니다.
나는 이소선입니다.
전태일의 어머니였습니다.
이름 없는 바느질공의 삶을 살아온 나는 22살 아들을, 불꽃처럼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울지 못했습니다.
울면, 이 마음이 산산조각 날까봐.
울면, 이 억울한 죽음을 더 외롭게 할까봐.
장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찬물로 손빨래를 하며, 나는 속으로 수십 번 물었습니다.
"왜 너였니?"
"왜 너만 그렇게 앞서가야 했니?"
하루하루가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숨 쉬는 일조차 벅찼고,
아침을 맞는 게 더 두려웠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말했지만, 시간은 더 큰 공허만 남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아이 하나가 내게 물었습니다.
"태일이 어머니 맞으시죠?"
"그 친구가... 제 손도 잡아줬어요."
나는 그 아이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그 작고, 거칠고, 떨리는 손이 내가 다시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날부터 나는 다짐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만큼만 이 아이들 옆에 있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 같아도 나는 말했습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조금만 더 살아냅시다."
어떤 날은 말없이 앉아 아이들 도시락을 쌌고,
어떤 날은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손끝에 내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제 압니다.
하루가 버거운 건, 내가 그만큼 누군가를 품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매일 밤 지친 몸으로 이불을 덮으며, 나는 속으로 조용해 말했습니다.
"이소선, 오늘도 잘 버텼다. 지금 이대로도 참 잘하고 있어."
내일은 두렵지만, 나는 오늘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https://youtu.be/uYjHfps_-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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